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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영상 ❬함무라비 법전❭

김광림 김광림 Oct 14, 2022
강연영상 ❬함무라비 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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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연구소 9월 정기포럼은 다시 고대 근동으로 돌아왔습니다. 고대 근동 법제사 전문가인 김아리 박사님께서 ‘함무라비 법전’을 주제로 두 시간에 걸친 강연을 맡아주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절로 많이들 알고 계실텐데요. 정말 함무라비 법전에 그런 문구가 기록되어 있었을까요?

함무라비 왕이 즉위한 시점의 고대 메소포타미아는 많은 왕들이 각 도시를 통치하는 소국들로 나뉜 상태로, 이웃의 엘람은 인구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런 정세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엘람이 중재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여러 소국을 병합하자, 함무라비 왕도 마리의 왕인 짐리-림과 동맹을 맺고 엘람에 맞서기로 합니다. 이렇게 바빌론-마리 동맹군은 엘람을 메소포타미아에서 몰아내었고, 이어 동맹에 참여하지 않은 라르사를 함무라비 왕이 정복합니다. 이후 에슈눈나와 마리의 비밀 동맹에 분노한 함무라비는 두 국가도 정복하며 고대 바빌론 제국을 구축하게 됩니다.

함무라비 법전은 함무라비 왕 치세 말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바빌론이 아닌 엘람 지역에서 발굴되었습니다. 프랑스 발굴단이 순차적으로 세 개의 돌조각을 발견하였는데요. 각 조각이 깔끔하게 분리된 형태였고 균열도 거의 없어 온전한 형태로 복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발견 당시에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법전으로 유명해졌지만, 이후 더 오래된 수메르 시대의 법전이 발굴되어 ‘가장 오래된 법전’이라는 칭호는 내어주게 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고대 근동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법전으로 당시 시대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함무라비 법전 내용을 하나 하나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함무라비 법전은 서문, 본문, 결문의 세 부분으로 명확히 나뉘어집니다. 서문은 함무라비 왕이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자신이 신의 선택을 받았으며, 신을 위해 일하는 자라고 설명합니다.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통치권의 정당성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과 비슷하게, 고대 근동에서는 신의 선택이 왕을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신의 의지를 따르고 신의 일을 행하는 것은 왕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자 의무였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의 도시들은 각자의 주신을 섬겼고, 신전은 그 규모가 왕궁만큼이나 컸으며 엄청난 노동력과 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신전은 종교적 기능뿐 아니라 사회적 기능도 있었는데요. 오늘날의 사회 복지 시스템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여집니다.

함무라비 법전의 본문은 총 282조항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법질서, 재산과 부동산, 가족관계와 폭력, 농업과 노예 등 이외에도 여러 항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김아리 박사님이 본문의 조항을 뽑아 실제 문구와 함께 설명해주시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선술집’과 ‘들이받는 소’에 대한 항목이 다수 나열되어 있던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강연 영상에서 직접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함무라비 법전의 본문 분류

1. 사법질서와 관련된 조항
2. 재산과 관련된 조항
3. 부동산 관련 조항
4. 금융 관련 조항
5. 가족법 (여성, 결혼, 가족재산, 상속법)
6. 폭력
7. 전문가의 임금과 책임
8. 농업
9. 임금 수위
10. 노예

법전의 결문은 이 모든 내용들이 왕의 정당한 판결에 기반한 것이라 설명하는데요. 이 내용때문에 함무라비 법전은 오늘날의 법조항과는 달리 기존에 왕이 내린 판결문의 모음으로 보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함무라비 법전은 법전 그 자체보다는 법률을 참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학설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가장 쟁점이 되는 3개의 학설로 이어지는데요. 김아리 박사님은 함무라비 법전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각 학설의 주장과 쟁점을 먼저 소개하고, 마지막으로는 박사님의 견해를 여러 근거를 들어 설명해주셨습니다. 282개 법 조항은 많아 보이지만 실제 사회 전체로 볼 때는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함무라비 법전의 조항은 왜 숫자가 많지 않았을까요? 왜 함무라비 법전은 수도 바빌론에 있지 않았던 것일까요? 그 이유는 강연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영상 말미에서 국내 고대 근동 전문가들의 수준 높은 토론도 즐기시기 바랍니다.

표지 이미지 설명: 함무라비 법전 © 2002 Musée du Louvre / Raphaël Chipault (출처)

김광림  
데이터로 고대사를 읽고자 합니다. 숨겨진 역사의 패턴을 찾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