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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영상 ❬중국 초기국가시기 청동원료의 생산과 유통❭

심재훈 심재훈 Dec 12, 2021
강연영상 ❬중국 초기국가시기 청동원료의 생산과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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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청동 원료의 생산과 유통

어떤 연구나 그럴 수 있지만, 특히 고고학의 경우 본질에 가깝게 인정될 만한 문제를 추구하기는 어렵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나 “왜”보다는 유물의 일차원적인 비교와 분류가 대체로 대세를 이룬다.

그 좋은 사례가 청동 원료 같은 핵심 자원의 획득이 고대 국가의 형성과 어떤 상관관계를 지닐까 하는 문제일 것이다. 아주 중요한 문제임에도 광산에서의 원료 채취에서 추출, 운송, 가공, 생산까지의 여러 단계를 입증해줄 만한 고고학 자료 찾기가 참 어렵다.

1980년대 저명한 고고학자인 K.C. Chang이 중국 고대국가 형성에서 금속 원료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래, 여러 학자들이 청동 원료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를 추진했지만, 광산이 발굴된 사례가 많지 않아서, 추론에 그치는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광산이나 원료 집산지로 추정되는 지역의 토기 등 고고학 양상이 중심지와 유사하면 중심지의 국가가 그 지역을 군사적으로 공격하여 지배한 것으로 손쉽게 결론을 내리곤 했다.

나 역시 중국 고대사 수업에서 상나라 같은 국가의 형성에 청동 원료의 확보를 위한 연결망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강조했지만, 딱히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는 어려웠다.

지난 11월 27일 고대문명연구소의 정기포럼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드문 연구다. 숭실대 김정열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발굴한 실제 광산 유적들 보고서를 중심으로 청동 원료의 생산과 소비 양상을 우선적으로 다루었다. 이를 바탕으로 청동 원료의 광역적 유통과 청동 제작 주체와의 연관성, 거기서 국가의 역할 등을 검토했다.

그가 자신의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청동 원료의 장악과 유통, 청동기 제작 등에서 국가의 권력을 과도하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체로 기존 연구에서는 국가가 청동기 제조 과정까지 장악했으리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개별 정치체들 역시 나름대로 원료 공급 체계와 함께 제작 공방을 갖추었으리라는 새로운 주장이 점차 힘을 얻을 것 같다. 사실 후자의 이해가 상이나 서주시대 개별 정치체의 묘지에서 고고학적으로 나타나는 청동기 발전 양상에 더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

작년에 동양학연구원 학술대회에서 이미 발표한 논문이고, 출간까지 되었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서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듯해서, 강연을 부탁드렸다. 참 잘한 것 같다. 지역을 막론하고 고대 국가 형성 문제에 관심 있는 분께 영감을 안겨줄 수 있는 좋은 내용이다. 토론도 유익했다.

이 글은 심재훈 교수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글 바로가기)

심재훈  
고대 중국을 조금 알고 나니 그에 버금가는 다른 문명의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출토자료를 활용하여 중국 고대사를 주로 연구하고, 동아시아 사학사, 기억사, 고대문명 비교 연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academia.edu/Jaehoon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