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김구원 박사의 ❬유일신교의 역사적 기원과 의미❭는 이스라엘에서 생겨난 유일신교로서 유대교와 기독교의 탄생을 자신의 관점에서 명확히 설명한 매우 수준 높은 강연이었습니다.
모세를 이집트인으로 규정한 프로이트는 기원전 14세기 이집트 파라오인 아케나턴의 유일신교 혁명에 대한 경험이 유대교와 기독교라는 유일신교를 탄생케 했다고 보았습니다. 프로이트를 이은 독일의 이집트학자 얀 아스만은 모세 자체는 역사적 인물이기보다는 헬레니즘 시대 알렉산드리아의 학자들이 만들어낸 기억의 인물로 파악합니다. 그러나 아스만은 유일신교의 창시자로서 모세에 대한 강력한 기억이 이른바 “모세적 구분”을 낳아, 유일신교를 다신교에 대한 대척종교(counter religion)로서 파악하게 되었으리라 주장합니다. 참과 진리인 유일신교와 그 반대인 다신교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생겨났다는 것이지요.
김구원 박사의 강연은 프로이트와 아스만의 주장에 대한 반론인 셈입니다. 그는 다신교와 유일신교가 반드시 단절의 대상이 아닌 진화나 공존의 대상으로 파악합니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의 경우 기본적으로 다신교였고, 강력한 제국이 출현할 때 그 주도 세력의 신앙이 유일신교적 경향을 띤다고 봅니다. 이스라엘 역시 이런 경향이 강했고, 구약성서에도 다신교적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다른 지역 종교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다신교에서 유일신교로 발전하는 건 비슷하지만, 이스라엘의 경우 아시리아 침략의 충격과 바빌론으로부터의 멸망을 겪은 이후 유일신교가 탄생한 데 주목합니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에서 제국이라는 정치군사적 힘이 유일신교를 탄생케 하는 기제였다면, 이스라엘의 경우 그 고통의 와중에 물리적 힘을 부여하는 신에서 “지성의 힘”을 주는 신으로의 인식 변화가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진리와 정의의 원천인 이러한 인간 중심적 신으로의 인식 전환이 기독교라는 보편적 유일신교의 큰길을 열어주었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유대와 이스라엘의 특수성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강한 듯하지만, 전 세계를 집어삼킨 기독교의 특수성에 부합하는 흥미로운 견해라고 생각합니다. 고대의 어느 지역에서나 종교가 절대적 힘을 발휘한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 다양한 종교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알찬 강연이었습니다. 강연에 이어지는 전문가들의 토론도 유익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