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명연구소는 2019년 9월부터 매달 정기포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신경 쓴 부분은 강연자나 토론자 모두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도록 시간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최대 2시간 강연, 1시간 토론의 방식이 정착되어가는 듯합니다.
지난 12월 17일 장시은 선생님의 제28회 강연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했던 강연입니다. 서양에서 본격적인 역사서술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리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집안일 때문에 처음으로 참석할 수 없어서 참 아쉬웠습니다. 다행히 제 zoom 계정을 사용한 강연이라서 강연 며칠 후에 동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탄탄한 내용으로 가득한 강연입니다.
우선 이전의 구술 전통에서 알파벳 문자사회로 진입하는 과정 및 기원전 5세기경 폭발적으로 늘어난 글쓰기(산문)의 다양한 양상과 그에 따른 지적 혁신을 다룹니다. 이어서 역사서술의 전 단계로서 이른바 암흑시기를 거치며 구전된 집단 기억에 대한 문학성 짙은 기록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양상을 검토합니다.
마지막은 역사서술의 본격적 시작인 헤로도토스의 페르시아 전쟁사인 ❬역사❭와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로 귀결됩니다. 탐구의 결과로서 역사를 최초로 정립한 헤로도토스는 나름 객관적인 나열식 서술을 시도했지만, 사료 비판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투키뒤데스는 자신이 직접 체험한 전쟁의 내면과 다양한 인과 관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했습니다. 근대적 의미의 역사학에 가까운 서술을 이미 시도한 셈이지요.
이렇게 간략히 요약했지만, 실제 강연의 풍부한 내용을 통해 고대 중국의 역사서술과 관련해서도 많은 계발을 얻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이 강연을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
이 글은 심재훈 교수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