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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영상 ❬고고미술사에서 보는 그리스 금석학❭

심재훈 심재훈 Dec 15, 2022
강연영상 ❬고고미술사에서 보는 그리스 금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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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발명한 문자는 오랫동안 방대한 문헌을 산출했습니다. 다만 그 표의적 특성으로 인해 배우기 어려워서 서기관이나 신관 등 전문 직종에 사용이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고대에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문자는 없었을까요?

대체로 학계에서는 그리스 알파벳의 발명을 그 시작으로 봅니다.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여 외국어까지도 소리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로서 알파벳의 발명이 서사의 보편화 혹은 민주화를 가져왔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기원전 5세기 이후 그리스인들이 주도한 세계 학술사상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인 분석적 탐구가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한국외대 김혜진 교수의 강연은 주로 고고학 자료를 활용하여 그리스 알파벳의 탄생과 서사 문화의 발전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그리스도 원래 고대 근동의 쐐기문자 영향을 받아 페니키아 지역 등에서 이른바 선형문자를 사용했습니다. 기원전 8세기 중엽에 알파벳을 만들었지만 구술문화의 영향이 강한 탓에 본격적인 활용까지는 3세기 정도 더 기다려야했습니다.

다양한 실물 자료와 함께 기원전 1500년 전후의 초창기 선형문자에서 8세기에 최초로 도기에 새겨진 알파벳문자를 거쳐 5세기 대리석에 새겨진 방대한 공공기록물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서사 문화의 발전 과정을 흥미롭게 다룬 강연이었습니다. 이제 한국의 인문학이 커버하는 분야가 상당히 다양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강연에 이어 1시간 정도 다른 고대문명 전문가들이 수준 있는 토론에 참여하며 문명 비교 이해 혹은 연구의 필요성을 부각해주었습니다. 세계적으로 프리미어리그가 형성된 분야에 이제 한국 학자들도 동참하는 길이 열리고 있는 듯해서 반가웠습니다.

인류 고대문명의 정수에 관심을 지닌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

이 글은 심재훈 교수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글 바로가기)

심재훈  
고대 중국을 조금 알고 나니 그에 버금가는 다른 문명의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출토자료를 활용하여 중국 고대사를 주로 연구하고, 동아시아 사학사, 기억사, 고대문명 비교 연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academia.edu/Jaehoon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