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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관심 없을 이집트 유물 이야기 #3 : 1000억원 짜리 유물

곽민수 곽민수 Oct 06, 2020
아무도 관심 없을 이집트 유물 이야기 #3 : 1000억원 짜리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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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근 모 유튜브 방송에서 어떤 이집트 유물이 만약 유명 옥션에서 거래가 되면 1000억원은 족히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이 사진 속 유물입니다.

사트하토르이우네트의 펜던트

이 유물은 센우스레트 2세(재위 기원전 1897-1878년)라고 하는 중왕국 시대 파라오의 즉위명이 쓰여져 있는 ‘목걸이+펜던트’로, 1914년 센우스레트 2세의 딸인 사트하토르이우네트 공주의 무덤에서 발굴되었습니다. 이때의 발굴은 플린더스 패트리와 가이 버튼이 맡았죠.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 유물은 말 그대로 최고 수준의 정교함을 자랑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다양한 상징들이 잘 묘사되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에 첨부한 사진을 참고해주세요. 

바로 이 목걸이를 ❬어쎄신 크리드 오리진❭이라는 게임 속에서 파라오인 프톨레마이오스 13세가 목에 걸고 있었습니다. 실재하는 목걸이를 게임 속에 구현한 것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이건 고증 오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13세가 대략 1800년 전에 만들어진 고대의 목걸이를 좋아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목걸이는 프톨레마이오스 13세 생전 동안에는 물론이고, 20세기 초반까지 무덤 속에서 머물고 있었죠. 그러니 프톨레마이오스 13세가 이 목걸이를 목에 걸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이 목걸이를 1000억원이 호가할 것이라고 추정한데는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습니다.

제가 나름의 기준으로 삼은 구체적인 사례는, 2014년에 영국의 노스헴턴 박물관이 반쯤은 불법적으로 거래한 세켐카의 석상입니다. 이 석상은 옥션에서 신원미상의 누군가에게 1530만 파운드, 그러니깐 당시 환율로는 300억원이 넘고 최근 환율로는 230억원 정도인 가격에 팔렸습니다. 이 석상의 경우에는 간단한 명문이 있어서 석상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확인이 가능하지만, 발굴을 통해서 입수된 유물은 아니라 유물의 정확한 출처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또한, 고왕국 시대의 작품이라는 메리트는 있겠지만(일단 오래된 것이니깐, 5왕조 시대의 것이니 대략 기원전 2400년대 제작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석상의 학술적 가치는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석상 조차도 공식적으로 거래된 이집트 유물들 가운데는 최고가를 기록했지요. 물론 최근에는 퀄리티 좋은 이집트 유물이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사례 자체가 거의 없기는 합니다.

세켐카의 석상 (사진 출처 : AFP)

저 정도의 유물, 그러니깐 출처도 분명하지 않고 미학적 완성도도 높지 않으며 그저 중급 귀족 정도와 관련이 있는 유물도 300억원인데, 이 사진 속 ‘목걸이+팬던트’는,

  1. 파라오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물건이고,
  2. 황금과 준보석류로 만들어져 있어서 재료 자체의 값어치도 매우 높으며,
  3. 미학적 완성도도 끝내주는데다,
  4. 거기에 발굴을 통해서 확인된 유물인 만큼,

그 가치는 사실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어려운 정도죠. 그런 만큼, 당연히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래서도 안되고), 만약에라도 이 유물이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유명 옥션에 나온다면, 최소한 저 세켐카의 석상보다는 3-4배는 더 가격이 나가지 않을까 저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명 미술작품들, 피카소나 다빈치 등의 작품들이 3-4천억, 심지어는 5천억에도 팔리는 것을 보면 1천억원 정도는 가뿐이 넘을 것도 같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같은 건 조단위의 가격으로 팔릴지도…. 아, 이 유물은 현재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소장 중입니다. 뉴욕에 계신 분들은 얼렁 찾아가보세요!

이 글은 곽민수 연구위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글 바로가기)

곽민수
고대 이집트의 의례 경관와 사회문화 변동, 그리고 개인 행위수행자와 물질문화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