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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영상 ❬REGICIDE - 왕이 살해되었다❭ : 이집트의 국왕시해

심재훈 심재훈 Sep 30, 2021
강연영상 ❬REGICIDE - 왕이 살해되었다❭ : 이집트의 국왕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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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9/25) 유성환 박사의 이집트 국왕시해를 다룬 ❬REGICIDE-왕이 살해되었다❭라는 흥미로운 동영상을 업로드합니다. 현재 집필하고 있는 책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기도 해서, 한국 학자가 쓴 최초의 고대 이집트 관련 전문 서적 출간이 기대됩니다.

고대 세계의 왕 중 이집트 파라오만큼의 지위와 권력을 누린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신과 동격으로 지상에 현현한 살아 있는 신으로 여겨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그 왕들 결국 역시 인간이었고, 드물게나마 그 왕을 시해한 흔적이 이집트의 비문이나 파피루스 등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이 강연은 그 기록을 상세히 검토한 결과이지만, 우선 1부에서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본질에 대해 검토합니다. 이집트에서 신과 왕의 개념, 왕의 찬가나 비문 등을 통한 이집트 귀족과 관리들이 본 파라오, 왕 시해의 주요 원인 제공자인 파라오의 여인들에 비교적 상세하고 설명합니다.

본론 격인 2부에서는 반역과 음모의 기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선 국왕 살해의 신화적 선례를 제시하고, 실제 기록으로 나타나는 세 사례를 차례로 설명합니다. 그 첫 번째로 한 궁정 관리의 자전적 기록을 통해 고왕국 시대 제 6왕조 페피 1세(2321-2287 BC)의 시해 음모를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중왕국 시대 12왕조의 시조인 아멘엠하트 1세(1985-1956 BC)로, 이 경우는 예언서와 교훈서 같은 서사문학 속에 나오는 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고대사와 마찬가지로 이 죽음에 대해서는 기록의 성격상 논란의 소지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신왕국 시대 제 20왕조 람세스 3세(1187-1156 BC)에 관한 것입니다. 그의 황태자(후에 람세스 4세)가 있었음에도, 후궁이 자신의 아들을 보좌에 앉히기 위해서 몇 단계에 걸쳐 음모를 꾸며 결국 왕의 시해 자체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람세스 3세가 살해된 방식에 대해 이견이 있었으나, 1882년 발견된 그의 미라를 2012년 CT 촬영까지 하여 알아냈다고 하고요. 그러나 황태자였던 람세스 4세에 의해 그 반란이 진압되어 주모자들은 가혹한 형벌을 받았습니다.

이번 강연을 들으면서 다양한 고대문명이 남긴 자료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역사를 연구하는 방법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제가 주로 다루는 출토문헌을 포함한 중국 자료들이 대체로 가공을 거친 듯한 정형화된 무언가가 두드러진다면,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의 자료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두 시간 강연과 1시간 정도 토론에 몰입하면서 고대문명 비교의 시각이 우리의 시야를 한결 더 넓혀준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추가로 강연의 발표자료도 공유드립니다: 왕이 살해당했다(pdf)

이미지 설명: 투탕카멘의 엑스레이 사진
(image credit: 발표자료 본문. American Journal of Neuroradiology 2003, 24(6) 1142-1147 (http://www.ajnr.org/content/24/6/1142 의 이미지)

심재훈  
고대 중국을 조금 알고 나니 그에 버금가는 다른 문명의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출토자료를 활용하여 중국 고대사를 주로 연구하고, 동아시아 사학사, 기억사, 고대문명 비교 연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academia.edu/Jaehoon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