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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영상 ❬유전자로 추적하는 인류의 역사❭

심재훈 심재훈 Feb 04, 2021
강연영상 ❬유전자로 추적하는 인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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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3일 고대문명연구소에서 있었던 정충원 교수의 강연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한 강연이었습니다. 강의는 네 파트로 구성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집단 유전학”이라는 학문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되는지 설명한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문송한” 청중을 위해서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 사이의 집단적 유전자 차이를 통해서 인류의 과거를 추적하는 유전역사genetic history의 관건은 결국 얼마나 많은 고대인의 인골 자료에서 DNA 염기서열 정보를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2002년에 한 사람의 염기서열을 확보하는데 드는 비용이 1억불 정도였는데, 2007년부터 차세대 시퀀싱 기술이 개발되어 2018년쯤에는 그 막대한 비용이 1천불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앞으로 더 많은 자료가 확보될수록 새로운 연구가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나머지 세 부분은 특정 지역에서 얻은 자료를 활용한 사례 연구입니다. 첫 번째가 “내륙 유라시아의 유전적 다양성과 구조”로, 다양한 집단의 유전적 차이가 지역의 생태환경과도 상통한다는 지적이 흥미로웠습니다.

두 번째는 “북중국 유전자의 역사”입니다. 신석기 중기 중원의 앙소문화와 동북의 홍산문화에 걸치는 지역의 유전자 프로필을 통해, 요하와 황하 중상류 지역을 남북 유전자 풀이 만나는 변경지역으로 파악합니다. 당시 중원에 살았던 앙소문화인들은 현재 중국인들과는 유전적으로 상당히 다르고, 오히려 서남쪽 운남지역의 소수민족들에 그들의 유전자가 더 많이 남겨져 있다고 합니다. 홍산문화에 속하는 사람들의 유전자가 상당히 다양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추정한 점이 인상적이어서, 중국 동북지역의 고대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께 영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은 “몽골 초원의 목축문화 도입”입니다. 유라시아 서부 초원에서 수레나 기마술과 함께 중부까지 급속도로 퍼져나간 청동기시대인들의 유전자가 알타이산맥을 넘어서 동부초원, 즉 몽골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섞이지 않고도 초원이라는 비슷한 생태 환경으로 인해 목축문화나 기술이 전파되는 사례여서 흥미로웠습니다. 흉노족의 기원 역시 유전적으로 서방과는 무관한 점이 밝혀진 것 같습니다.

강연을 들은 지 이미 일주일이 넘어버려 요약이 참 힘드네요. 제대로 했는지 자신도 없고요.^^

강연을 듣고 이 새로운 학문이 지금까지 확보한 산발적인 DNA 데이터로 개략적인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단계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자료의 확보가 무한한 잠재력을 제공할 미래의 학문인 듯 하지만, 실상 그 미래가 코 앞에 와있고요. 특히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고고학 발굴로 얻은 많은 인골 자료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아닐까 합니다. 정충원 교수는 중국의 기관들에 기술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협업을 잘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차분한 강연이어서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고고학 전공자 중 인류의 이주와 뒤섞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꼭 들어보길 권합니다.

심재훈  
고대 중국을 조금 알고 나니 그에 버금가는 다른 문명의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출토자료를 활용하여 중국 고대사를 주로 연구하고, 동아시아 사학사, 기억사, 고대문명 비교 연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academia.edu/Jaehoon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