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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영상 ❬중국 고대 지역국가의 발전: 진의 봉건에서 문공의 패업까지❭

김광림 김광림 Dec 31, 2020
강연영상 ❬중국 고대 지역국가의 발전: 진의 봉건에서 문공의 패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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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연구소 12월 정기포럼은 심재훈 교수님(단국대학교 교수, 고대문명연구소장)께서 맡아주셨습니다.

ICAS(아시아학자세계총회 International Convention of Asia Scholars)는 2004년부터 매년 아시아 연구 우수 학술도서를 선정하여 시상합니다. 2019년 『ICAS 우수학술도서상』 한국어 부문 최우수도서는 심재훈 교수님의 『중국고대 지역국가의 발전』이 선정되었습니다. 이번 12월 포럼은 이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상단의 사진은 2019년 시상식 장면입니다.)

강의는 중국 춘추시대의 주역이었던 진(晉)을 다룹니다. 보통 중국 ‘진’나라를 언급하면 십중팔구 진시황의 진(秦)을 떠올리게 됩니다. 저도 진晉은 그냥 춘추전국시대 나라 중 하나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여러 열국 중 하나로 볼 게 아닌, ‘진晉’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초반에 알 수 있었습니다. 진晉은 춘추시대의 패자이자, 이후 전국시대 7웅 중 3개 나라의 전신이 되는 중요한 국가이면서 동시에 주나라 왕실과 가까운 중심지에 있으면서도 북쪽 이민족의 영향을 받는 주요 통로이기도 했던 여러모로 흥미로운 대상입니다.

강의에서 주목할 점은 고고학 연구결과와 금문을 각기 철저히 연구하여 기존에 알려진 상식이 틀렸음을 논리적으로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진은 북방 이민족과 가깝고 그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심재훈 교수님은 진 제후와 귀족 묘지 발굴 결과를 보면 북방요소가 있지만 미미한 수준으로 오히려 확실한 주周 문화의 일부로 볼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아울러 진후소편종(晉侯蘇編鐘)이라는 종에 새겨진 명문 355글자를 분석하여 당시 전쟁 방식과 행군여정, 전과와 전후처리 및 의례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진이 주 문화의 일부 수준이 아닌, 주 왕실과 매우 밀접한 관계였음을 보입니다. 또한 출토문헌 연구결과에 의거해 기존에 사마천 사기를 통해 알려진 주나라의 동천 시기와 기록이 모순됨을 밝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당대 유물을 통해 기존에 알려진 내용을 하나씩 깨뜨리는 과정은 책에 자세히 제시되어 있지만, 강의에서는 아쉽게도 시간 제약으로 짧게 넘어갑니다. 치밀하게 증거를 살피고 이를 해석해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힘들면서도 멋진 과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이 점에 집중해서 보자니 두 시간에 가까운 강의 시간이 오히려 짧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위 영상의 1시간 47분부터는 토론시간입니다. 중국사 전공 선생님들의 수준 높은 질문도 있지만, 고대문명연구소답게 다른 문명권을 연구하는 선생님들의 질문과 답변내용은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드문 경우입니다. 로마, 인도, 근동 연구자는 과연 이 강의에서 어떤 질문을 하셨을지 궁금하신 분은 후반부도 주의 깊게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김광림  
데이터로 고대사를 읽고자 합니다. 숨겨진 역사의 패턴을 찾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