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um,

강연영상 ❬로마 제국의 군대와 군사전략❭

심재훈 심재훈 Apr 28, 2021
강연영상 ❬로마 제국의 군대와 군사전략❭
Share this

4월 24일의 정기포럼은 “로마 군사軍事의 거의 모든 역사”라는 제목이 붙어야 할 알찬 강연이었습니다. 국내에 거의 유일한 고대 군사사 전문가인 육군사관학교의 반기현 교수가 맡아주셨고요.

일단 대부분 비전공자인 청중을 위해서 로마사의 기본적 배경지식을 간략히 설명했습니다. 이후 왕정기~공화정기(기원전 6세기~1세기)의 군사조직과 장비, 제정기(기원전 1세기~기원후 4세기)의 군대 정비와 개혁, 로마제국의 군사 전략 순으로 상당히 상세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최초의 기본적 군사조직과 주요 무기와 군사 동원 방식, 군제 개혁, 보병에서 기병으로의 전환, 중요한 전투, 로마제국을 유지케 한 핵심 군사 전략(예컨대, 시민권 확산과 정복자가 아닌 수호자로서의 이미지 등) 같은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저는 특히 마리우스(기원전 107년)와 아우구스투스(기원전 27년~기원후 14년)의 군제 개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의 군인은 자신들이 장비를 모두 갖추어야 하는 일종의 귀족 군대였고, 그 들 중에서도 장비 구비의 정도에 따라 네 등급으로 구분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마리우스는 군인들이 점점 무산화되어 장비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사비까지 들여서 장비 일체를 제공하는 개혁을 했다고 합니다. 아우구스투스가 이를 토대로 직업상비군제를 도입하여, 오늘날의 장교나 부사관급에 해당하는 상비군이 16~20년 복무할 때 여비와 기본 장비, 연봉, 퇴직금+로마시민권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군사들의 충성을 얻어 장기간 군 통수권(imperium)을 장악하는 총사령관이 됨으로써, 황제(emperor)라는 어원이 여기서 비롯되었고요.

중국 고대사의 경우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군사사 연구는 부진한 편입니다. 아마 자료 자체가 군대의 조직이나 전쟁 방식과 같은 생생한 기록보다는 ❬손자병법❭류의 전략에 치우쳐서 그런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연구하는 분야인 갑골문과 청동기 금문에는 전쟁을 비롯하여 군사적 측면을 다룰만한 자료도 꽤 있습니다. 연구가 상당히 많이 진행된 로마 군사사를 깊이 있게 공부하면 중국을 비롯하여 비교적 연구가 부진한 다른 고대의 군사사 연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재훈  
고대 중국을 조금 알고 나니 그에 버금가는 다른 문명의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출토자료를 활용하여 중국 고대사를 주로 연구하고, 동아시아 사학사, 기억사, 고대문명 비교 연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academia.edu/Jaehoon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