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명연구소에서 두번째 연구총서로 ❬고대 근동과 중국, 문자와 문헌 전통의 형성❭ (진인진)을 출간했습니다. 고대 근동과 중국의 글쓰기를 함께 다룬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서론의 일부를 발췌합니다:
“이 책은 동서양의 초기 문명을 주도한 고대 근동과 중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인류의 글쓰기 문화가 어떻게 생겨나 어떤 과정을 거쳐 초창기 문헌 전통을 형성해 가는지 검토하려고 한다. 고대 근동에 6편, 중국에 3편의 연구가 할애되었다. 각각의 연구는 특정 지역의 특정 양상에 초점을 맞추지만, 총 9편의 연구를 하나의 지면에서 살펴봄으로써 자연스럽게 비교적 관점이 드러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9편의 연구 중 중국의 3편은 갑골문자 자체의 기원 문제와 초기 서사 혹은 역사 기록으로서 갑골문의 역할을 검토했다. 반면에 근동을 다룬 6편의 경우 문학의 기원에서 서사시, 지혜문학, 법률문헌, 주변부의 문자 수용까지 다양한 양상을 다루었다. 중국이 본격적인 문헌으로 발전하기 전 단계에 치중했다면, 근동은 그 단계를 뛰어 넘어 초기 문헌이 형성되는 구체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기원전 3000년경 문자가 출현한 이후 문학성 문헌(literary texts)이 나타나기까지 대체로 500년 정도가 경과한 듯하다. 앞으로 고고학 발굴을 통해 이 시차가 앞당겨 질 수도 있겠지만, 문자가 발명되어 상거래 등 일상 생활에 사용되다 서사(敍事) 구조를 갖춘 문헌이 출현하기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복잡했음을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전통과 지식의 보존, 교육, 종교적 의례적 목적, 사회정치적 필요성, 심미적 오락적 욕구와 같은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 책에 포함된 중국 관련 연구는 대체로 근동의 문학 출현 이전 500년의 서사 발전에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넘어서 이집트의 문학 전반과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와 지혜문학, 법률 문헌 등의 초기 문헌 계통을 천착한 6편의 근동 관련 연구는 다음 단계에 진행될 중국 문헌 연구에 중요한 비교적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한계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고대 근동과 중국의 초창기 문헌 발전사를 한 지면에서 다루어보았다. 각각의 논문 한 편 한 편이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지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아가 고대문명 연구가 일천한 국내의 상황에서 이러한 연구를 시도한 것과 그 시도가 지니는 한계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이 앞으로 지속될 고대 근동과 중국의 문헌 전통 비교 연구에 물꼬를 틀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글은 심재훈 교수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