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의 가능성이 반갑게 다가오는 영상을 올립니다. 지난 2008년부터 이어오는 동아시아출토문헌연구회라는 모임 이야기입니다. 주로 갑골문, 금문, 초간 등 선진시대 중국의 출토문헌을 강독하는 모임입니다. 2021년 말까지 총 130회 이상 강독 모임과 소규모 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코로나로 좀 지지부진했고, 고대문명연구소와 연계 강연도 하느라, 3년 만에 11월부터 대면 모임을 재개했습니다.
2008년 4월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첫 모임을 시작했을 때 대학의 전임교수는 저 한 명 뿐이었습니다. 현재까지 핵심 멤버 중 모두 6명이 문사철 분야에 골고루 전임교수로 임용되었고, 국내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여한 소장 연구자가 5명 이상, 국내외 대학의 석박사과정 재학생도 꽤 있습니다.
공교롭게 이번 모임에 초창기 멤버들이 다 빠졌는데도, 알찬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져 다행스럽고, 대부분 제자 격인 참여자들이 자랑스럽네요. 발표를 맡은 김석진 선생은 지난 학기에 단국대 사학과에서 「역사 문서에서 역사 책으로: 청화간 ❬계년❭의 역주와 성격 고찰」이라는 제목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국내 최초의 고대 중국 역사 문헌학과 학술사를 다룬 연구로, 기원전 4세기 경의 ❬계년繫年❭이라는 초나라 죽간(초간) 역사서를 천착했습니다.
김석진 박사는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태동고전연구소에서 한문 교육을 받고, 초간 문헌을 연구해서 2010년에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08년 동아시아출토문헌연구회의 첫 모임부터 함께 했으니, 15년 가까이 중국 출토문을 공부하고 있는 셈입니다. 오랜 연구의 결실 중 일부를 지난 모임에서 발표한 것이고요.
영상의 분량이 상당히 긴데, 앞부분의 29분까지 청화대학에서 소장 정리 중인 이른바 청화간과 ❬계년❭이라는 역사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3시간은 ❬계년❭ 전체 23장 중 9장과 23장을 강독했는데, 중간과 말미에 토론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분량에 질리는 분들은 앞부분 30분 정도만 봐도 고대 중국 연구의 핵심 소재를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 연구자들이 다수를 이루기는 해도 과학계처럼 전세계적으로 일원화된 학술의 장이 형성된 분야입니다.
오늘 이 영상을 보면서 제가 박사학위 취득 이후 개인적으로 더욱 성장한 토대가 이 모임이었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롭네요. 중국 출토문헌에 대한 실력이 부족했지만, 연구 모임을 이끄는 일원으로서 책임감 때문에 자진해서 발표를 맡고, 그 결실로 적지 않은 논문을 쓸 수 있었습니다. 난해한 자료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고대사 연구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연구자는 없겠지요.
이제 유학 중인 후학들 때문이라도 이 연구 모임은 온라인 방식을 병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계속 영상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 글은 심재훈 교수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