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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대 출토문헌과 고대문명연구소 - 단국대 고대문명연구소 MOU 체결

심재훈 심재훈 Oct 27, 2024
북경대 출토문헌과 고대문명연구소 - 단국대 고대문명연구소 MOU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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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한 교수 강연과 MOU 체결

평생을 한 분야에서 헌신하여 최고의 반열에 올라갔거나 최소한 최고를 향해 매진한 사람의 삶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이번 한 주는 그러한 실제 모델과 함께 하며 감동으로 충만했다. 한국에서 세 차례 순회강연의 마지막을 어제 단국대학에서 멋지게 장식한 북경대학 사학과 주봉한 교수 얘기다.

70대 후반에 이른 노학자를 모시며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원래 지난 4월에 예정된 한국 방문이 건강상의 이유로 연기되었기에 더 그랬다). 다행이 내 제자이자 주 교수의 제자이기도 한 북경대 사학과 박사과정의 소동섭 선생이 세 차례 강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잘 안배해주었다. 동북아역사재단과 경희대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단국대 고대문명연구소의 강연 모두 성황을 이루었다. 고대 중국에 관심이 있는 청중이라면 모두 그 꼼꼼한 강연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제 단국대 강연에서 주 교수는 상 후기 갑골문과 서주 초기 금문을 중심으로 당시 장편의 서사 역량과 역사 기록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신 자료까지 세밀하게 제시하며 기원전 12~10세기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록 관행 혹은 제도가 존재했음을 실증한 강연에서 허점을 지적하기 어려웠다. 다만 그 기록 혹은 서사를 역사 서술 혹은 장르로 손쉽게 등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소지가 있다.

2시간 강연과 1시간 반 동안의 토론에서 많은 진지한 질문이 제기되었고, 주 교수께서도 거침없이 답변하셨다. 대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유연성만큼이나 우리가 중화주의라고 우려하는 중국 중심주의가 드러날 틈이 전혀 없었다. 학술적 논의 그 자체에 충실할 뿐이었다. 따르고 싶은 멋진 장인의 모습이다.

주 교수 강연 전에 어떤 면에서 어제 단국대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간단한 MOU 체결 의식이 있었다. 주 교수께서 이끌고 있는 북경대학 “출토문헌과 고대문명연구소”와 단국대학 고대문명연구소 사이에 상호 학술교류를 위한 협약이다. 두 연구소 모두 처음 체결하는 MOU로, 북경대학 측에서 먼저 제안해주셨다. 이 협약의 실무를 맡은 양쿤(楊坤) 연구원을 비롯한 소장 연구자 세 분이 주 교수와 동행했다.

고대문명연구소의 김석진 연구교수가 단국대를 대표해서, 소동섭 선생이 북경대를 대표해서 각각 한국어와 중국어로 상대방 연구소를 소개하고, 그 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두 연구소를 대표해서 주 교수와 내가 준비된 양식에 서명했다. 주 교수께서 내 중국고대사 연구를 과분하게 칭찬해주시며, 앞으로 두 연구소가 젊은 연구자들의 학술 교류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길 기원했다. 나도 연륜이 짧고 실력도 부족한 우리 연구소가 명실상부한 세계적 연구소인 “출토문헌과 고대문명연구소”와 본격적 학술교류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드렸다. 우리로서는 앞으로 진행될 공동 학술 모임에 대한 압박이 더 큰 성장의 계기가 되리라 희망했다.

형식주의에 알레르기가 있는 나 때문에 그럴듯한 현수막 하나 만들지 않았다. 어제 찍은 사진을 받고 보니 채광에 좀 더 신경을 쓰지 않아 아쉽다. 주 교수 일행은 오늘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내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 글은 심재훈 교수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글 바로가기)











심재훈  
고대 중국을 조금 알고 나니 그에 버금가는 다른 문명의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출토자료를 활용하여 중국 고대사를 주로 연구하고, 동아시아 사학사, 기억사, 고대문명 비교 연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academia.edu/JaehoonShim